[최해민의 인디레이싱리그 도전기②]풀 액셀 노 브레이크로 1마일 트랙을 질주!

설렘과 두근거림을 안고 도착한 피닉스 인터내셔널 레이스웨이. 1마일(1.6km) 사이즈의 오벌 트랙이었다. 한국에 있을 때 ‘Iracing’을 통해 트랙을 어느 정도 익힌지라 코스에 관해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2016 시즌을 함께할 77번의 인디 라이츠 경주차

2016 시즌을 함께할 77번의 인디 라이츠 경주차

올해부터 함께 할 새로운 스텝들과 인사를 나눈 뒤 곧 바로 트랙에 렌탈카를 타고 들어가서 코스를 확인 했다. 그런데 설렘은 이내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코스가 시뮬레이션 게임 Iracing과 비교했을 때 보다 훨씬 더 좁고 뱅크 각도는 렌탈카를 넘어뜨릴 기세였다. 쏘울을 타고 5바퀴가량 천천히 달려 보았는데도 턴, 직선, 턴, 직선 쉴 사이가 없다. “이 코스를 500마력 인디 라이츠로 달린다는 건 글쎄…” 굉장히 갑갑한 마음이었다. 게다가 오벌 트랙은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오벌 트랙에서 한 번의 사고로 10만 달러 넘는 사고 수리비용을 지불하는 레이서들도 종종 봐왔다.

이쯤이면 간이 정말 배 밖으로 나오지 않으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 인디 라이츠급 경주차를 모는 것도 사실 여러 금전적 부담이 있다. 하지만 이 경주차를 오벌 트랙에서 탄다는 것은….아무래도… 부모님이 나를 긍정적인 사람으로 낳아주신 것이 틀림없다.

F1 테스트 드라이버 등 쟁쟁한 실력 갖춘 레이서도 테스트 참가

사실 드라이버로서 인디카에서 5년에 한번 꼴로 사망사고 또는 심각한 부상을 입는 레이서들을 봐왔었다. 우리 팀 공동 오너 샘 슈미트 역시 월트 디즈니 월드 레이스웨이에서 사고로 전신 불구자가 되었다. 작년 저스틴 윌슨의 사망도 2011년 댄 웰든의 사망도 모두 오벌 트랙이었다. 그래서 오벌 트랙에서는 특별히 더 예민해 진다. 나를 포함해 엔지니어, 미캐닉 모두 한치의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실수는 사고 그리고 부상으로 직결된다. 오벌에서는 세이프티 존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두 번의 기회도 없다.

엔지니어 에릭과 경주차 세팅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엔지니어 에릭과 경주차 세팅과 관련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장면.

잠시 뒤, 올해 함께 할 레이서들을 살펴보았다. 새로운 얼굴들이 많았다. 얼굴에 털이 많이 난 친구, 머리가 벗겨진 친구, 키가 작은 친구. 슈트를 너무 꽉 끼게 입는 친구까지. 작년부터 인디 라이츠에서 활동한 레이서들은 비교적 익숙했지만 유럽에서 건너온 이들이 낯설어 구글에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F1 테스트 드라이버, F2 챔피언 딘 스톤만, FIA F3 유럽 챔피언 펠릭스 로젠퀴스트, GP2 안드레 네가로 등 유럽 핵심 리그에서 챔피언을 거둔 레이서들이 대거 몰려 든 것이다. 나에게는 먹구름 같아 보이는 친구들이였다.

팀 트레일러로 돌아와 연습전 스텝들이 분주히 내 차를 준비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올 시즌 엔지니어 에릭은 말을 섞어보기도 전에 뭔가 통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진심으로! 연습을 시작하고부터는 예상이 적중하였다. 에릭은 오랜 엔지니어 생활로 드라이버의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라디오를 통해 전달해주는 그의 조언과 경주차 정보는 긴장을 한층한층 벗겨 주는 듯한 기분.

결국은 서서히 페이스를 올릴 수 있었고 기록이 좋아지더니 루키 드라이버 5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페이스가 어느 정도 오르고 난 뒤, 나의 드라이빙 코치와 엔지니어는 나에게 풀 액셀로 트랙을 돌 것을 주문했다….. “WHAT?” 과연… 상상해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오른발을 악셀 페달 끝까지 밟고 계속 트랙을 돌라고? OMG!” 레이스 시작과 피니시까지 오른발은 플랫.

트랙의 특성과 경주차 특성상 실제로 풀 스로틀로 트랙을 돌아갈 수 있었다. 새로운 한계를 깨고 나니 레이스 셋업을 다시 수정할 단계에 왔다. 기록은 근소하게 줄어들었고 우리 77번 팀은 4월 2일 시합을 대비한 레이스 시뮬레이션을 결정했다. 다른 유럽출신 레이서들은 1등이 익숙해서 인지 경주차 셋업을 계속 바꿔가며 타임 어택에만 전념했다.

유럽 스타 드라이버보다 빨랐다!

테스트 주행 겱과표

테스트 주행 결과표

체력에 대한 걱정이 앞섰지만 큰 문제없이 레이스 시뮬레이션도 마무리 했다. 처음부터 기록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연습 종료 직전까지 8위에 랭크 되어있었다. 유럽의 스타 드라이버 로젠퀴스트 보다 앞선 기록이었다.

인디카 원로 조니 언서가 직접 내 피트까지 걸어와 덕담도 해주고 주변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바짝 긴장했던 몸과 마음도 한결 가벼워 졌다. 그러나 상대들이 유럽에서 그리고 북미와 남미에서 날고 기는 괴물같은 존재인 만큼 다음달 시합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미 했다. 어쨌든 내 기록이 잘 나왔고 소식을 알리기 위해 테스트 데이 일정이 마무리 되자마자 페이스 북에 포스팅 했다.

“오늘 만큼은 로젠퀴스트 보다 내가 더 빨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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