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철의 기자수첩] 슈퍼레이스 슈퍼6000 최종전, 권재인 사고의 오피셜 대처능력이 주는 교훈은?

2020 국내 모터스포츠는 CJ대한통운 슈퍼레이스가 11월 29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길이 4.346km)에서 막을 내리면서 문을 닫았다.

사고 발생 약 2~3분후 연기가 나오기 시작하는 권재인의 경주차(사진=퍼플 모터스포트 라이브 방송 화면 캡쳐)

국내 모터스포츠의 최고봉답게 더블라운드로 열린 슈퍼레이스 슈퍼6000 클래스는 경쟁이 선사하는 감동의 드라마로 표현이 될 정도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시즌 초반 한국타이어 팀들의 강세에 주눅이 들던 금호타이어 사용 팀들은 중반 이후 반격에 성공했고, 특히 엑스타레이싱팀은 4년만에 ‘더블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하는 기쁨도 마음껏 누렸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모습의 이면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도 드러냈다. 바로 슈퍼6000 클래스에서 발생한 사고와 이를 대처하는 ‘오피셜’의 능력이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 장면은 최종전 12랩에서 권재인(원레이싱)이 마지막 코너를 탈출하다 스핀 후 보호벽을 들이받으며 시작됐다. 보호벽과 충돌한 경주차는 운전석 쪽이 벽에 밀착됐다. 이 때문에 드라이버가 자력으로 탈출하지 못한 채 2~3분이 경과했다.

당시 오피셜의 대처는 사고지점 바로 앞포스트에서 2개의 황색깃발이 진동되고 있을 뿐 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았다. 경주차에서 연기가 올라오자 세이프티카가 투입되고 경기중단을 알리는 적기가 나왔다. 이때부터 오피셜들이 다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원레이싱 팀원이 코스를 가로질러 현장으로 달려가 조수석 문을 열어 권재인을 탈출시켰다.

구난과정도 미숙했다. 앰뷸런스의 코스 진입도 늦었고, 사고지점에 도착했을 때 권재인은 그곳을 빠져나가 피트 월 바로 끝의 안전펜스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즉 반대쪽에 있는 권재인을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지점에서 정차한 것. 뒤늦게 차를 돌려 권재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기까지 20~30초 정도밖에 안되었지만 앰뷸런스 탑승이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원레이싱팀 관계자는 “전날 권재인이 주행 중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서 조수석 부분이 약간 파손됐다. 이 때문에 사고 후 도어가 안쪽에서 제대로 열리지 않아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시간이 흐르는데도 경주차에서 드라이버가 탈출을 못하고 있음에도 오피셜들이 황기를 흔드는 것 이외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연기마저 오르자 가슴이 철렁했다. 정말 아찔한 상황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기 발령으로 경기가 중단된 후 권재인의 경주차를 둘러싸고 있는 오피셜들

이처럼 대처상황이 미숙했던 원인은 무엇일까? 취재 결과에 따르면 사고발생 당시 현장 오피셜이 이를 무전으로 보고하고, 지시를 받은 후에야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 계속 반복된 것으로 파악됐다. 언뜻 보기에 이 자체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는 없다. 하지만 보고를 한 후 지시를 받고 조처까지의 골든타임은 속절없이 흘렀다. 드라이버가 탈출하지 못한 것이 큰 부상을 입었거나 의식을 잃었을 수 있었다는 우려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하나는 사고지점은 서킷 포스트에서 멀지 않았고, 각 포스트마다 2인 1조로 구성된 것을 감안하면 1명이 황기를 흔들 때 다른 1명은 사고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경주차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적기 발령까지 수 분이 경과한 후 오피셜들이 움직였다. 그나마 가장 먼저 사고지점에 도착해 안전조치를 취한 것은 소속팀 팀원이었다.

물론 오피셜은 ‘매뉴얼’을 따랐다고 해명할 수 있다. 그러나 모터스포츠 경기 중의 사고는 항상 생명과 연결된다. 찰나의 순간이 최악의 상황을 만든다. 이 때문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정식 교육을 거쳐 오피셜 자격을 취득했어도 실제상황에서 우왕좌왕하면 교육의 효과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레이싱 관계자는 “상황 발생 즉시 구난차를 투입하려 했지만 진입로가 충분하지 않아 출동이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코스를 돌아서 진입했다. 이해를 부탁한다”는 “오피셜측의 설명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 부분은 이해해도 즉각적인 조치가 나오지 않은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고에 대처하는 장면에 대해서는 참고할 만한 장면이 있다. 슈퍼레이스 최종전이 끝난 후 몇 시간 후 열린 2020 F1 바레인 GP에서 출발 직후 발생한 로망 그로장(하스)의 사고 상황이다. 스핀을 한 그로장의 머신이 펜스와 충돌하면서 화재가 발생하자 곧바로 사고지점으로 이동한 오피셜들 중 일부는 화재를 진압했다. 다른 일부는 그로장을 구난해 곧 도착한 메디컬 차로 이송하는 등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여줬다. 권재인의 사고 대처와는 확연이 비교되는 부분이다.

혹자는 그로장이 사고 직후 스스로 머신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오프닝 랩이었기에  최후미에 있던 메디컬 카가 사고 지점에 곧바로 도착할 수 있어서 빠른 응급조치가 가능했다고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갑작스런 사고에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분명 모터스포츠 경기의 오피셜들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당시 활약한 바레인 그랑프리의 구난 오피셜들은 지난 18일(현지시각) 열린 FIA(국제자동차연맹)의 회장 특별상을 수상했다.

2020 FIA 종합시상식에서 회장 특별상을 수상하는 2020 F1 바레인그랑프리 구난오피셜(사진=FIA 공식 생중계방송화면 캡쳐)

여기에 슈퍼레이스 경기를 운영하는 각종 조직들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할 수 없다. 그동안 경기 운영조직과 관련한 문제가 생기면 서로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떠넘기기만 한다. 서로간의 알력 또한 심하다”는 불평이 꾸준하게 나왔었다.

프로모터로서 (주)슈퍼레이스의 역할도 중요하다. 경기의 운영은 경기위원회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라도 운영을 위임하는 것과 방관하고 있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경기의 프로모터로서 경기 운영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결국 그 최종책임은 경기 내 각종 조직 및 오피셜들을 고용하고 총괄하는 슈퍼레이스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슈퍼레이스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올해 모터스포츠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일정의 변경 및 단축, 규모 축소 및 취소등의 홍역을 겪었지만 서로 고통을 분담하면서 최선을 다해 시즌을 마쳤다. 그럼에도 권재인의 사고에서처럼 확연하게 드러난 문제는 재발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고 정확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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